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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22 츄잉룸 촬영을 마치고.
  2. 2015.12.28 종알종알
  3. 2015.11.02 부끄러운, 부끄러워 하는
  4. 2015.08.21 빼앗을 수도, 빼앗길 수도
  5. 2015.08.15 근황
  6. 2015.07.17 Un Roman D'amitie
  7. 2015.07.12 변함없는 빛
  8. 2015.07.01 2015 0630
  9. 2015.06.29 시선
  10. 2015.06.18 4개월

2016 0129


복작복작했던 시간을 묶어두고 

작업실에 남아 책상정리를 하고 

홀로 돌아오는 길.


걸으며 개운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러다가 그 이유가 오늘 뵈었던 사진작가님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러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그보다도 

뭐랄까. 그의 작업을 대하는 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 삶을 살아가는 태도엔 지잉-하고 울림이 있었다.


1.

작가님의 눈은 반짝반짝했다. 그래서 좋은 분임을 진즉 알 수 있었다. 

2.

타국에 가 지내면 친구가 없어 외롭지 않냐는 내 말에 한 사람 친구가 없어지면 다른 사람으로 채워진다 하였

3.

일정관련 질문에, 그는 쉬는 시간을 포함하여도 일할 일정을 잡는다고 했다. 하루 일정으로 촬영을 한다고 하면 전날 혹은 다음 날 휴식 시간을 충분히 잡는다고. 그래야만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쉴 때도 당당하게."  

그건 당당하지 못한 상태로 쉬는 시간을 힘겨이 가져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4.

그는 찍는 장면이 바뀔 적마다 어찌 찍을 지 구상하는 듯 말 없이 한 곳을 응시하곤 했. (덕분에 츄잉룸 식구 모두는 피사체가 될 적마다 시선을 어디 두어야 할 지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했다.)

생각할 시간 또한 당당하게 가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 

5.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작업실의 물건 하나를 움직일 때도 우리의 허락을 일일이 구했는데, 그 태도는 곱게 바지 위로 올려진 양말과도 닮아 있었다. 

6.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웃지 않다가 카메라 앞에서 올라가는 입꼬리는 어쩐지 부자연스러워 무섭다고. 그는 우리를 가장 자연스러운 포즈에 잠시 멈추게 하고는 셔터를 눌렀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사진기 앞에서는 부자연스러운게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말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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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알종알



1.

2016년의 첫날은 라오스에서 보내기로 했다. 


2006년부터 나는

말일에 방을 치우고 일찍 잠을 잔 후 

새해 첫날에 일찍 일어나 

같은 브랜드의 노트를 들고 

광화문의 한 까페에 가서 신년 계획을 세우고 

작년에 세운 계획이 얼마나 지켜졌는 지 본 후

정갈한 아침을 먹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함께 할 이가 있건 없건. 


올해는 라오스에서 그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비엔티엔-방비엥-므앙응오이-루앙프라방

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2.

급작스레 떠나는 여행이라 

심사숙고하여 나라를 선택하지 못했고 

각종 예약 비용도 많이 들었다. 

이래 떠나는 것이 맞나 싶지만,

여행 끝에 후회는 없을까 걱정 되지만,


M은 어떠한 시간도 기록된다면 경험으로 남는 것이라 했다. 



3. 

그렇다면 기록되지 않은 순간들은 쓸모없는 것일까.

2016년엔 일정이 빠듯하여 많은 것을 기록하지 못하고 놓쳤다. 

기록할 일이 많을 때에는 기록할 시간이 없고

기록할 시간이 많을 때에는 기록할만한 일이 없다는 변명을 해본다.


C는 기록되지 못한 순간은 기록되지 않은 채로 내버려 두어도 좋다고 했다.



4.

D는 내가  실현 불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당연스럽게도) 그것을 못 지키는 자신을 자학한 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놓아버리는 패턴을 번복하고 있다 했다.

마치 포기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듯이. 


, 2016년을 어찌 보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시간은 흐르고

나는 여전히 바보다. 

그래도 

잘 보내고 싶다,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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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부끄러워 하는



나는 부끄러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아니 정확히는 부끄러워 하는 삶을 살테다. 


초심의 정수는 부끄러움이다.

내게 이미 정답이 있다 생각하지 않고 

괜찮을까 겁내는 마음

잘못될까 걱정하는 마음

그래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는 마음


나는 초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 계속하여 조심스러워 하며

부끄러워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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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을 수도, 빼앗길 수도


정말로 삶에서 중요한 것은 

빼앗을 수도 빼앗길 수도 없는 종류의 것들이라고 

L은 말했다. 


그러니 누군가가 카피를 한다고 하여 

불안해할 필요 없다는 말 또한 그는 덧붙였다. 

작업의 표면이 아닌 정수는 

작가 본인만이 만들어가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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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0.
폭풍같은 7월의 일정을 마치고 
8월, 휴가를 떠나왔다.
예전부터 잡아둔 휴가다.
8월 3일부터 20일, 북유럽 일정. 
지금은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와 있다. 


1.
7월의 31일 중 16일을 강연과 워크샵으로 보냈다.
M은 한 두번 서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리 걱정하냐 하였지만
내게는 늘 매번이 처음 한 두번과 같다.  
새로운 사람들 앞이고, 토씨 하나 같은 강연은 없으니 말이다. 
떨리는 것은 기분좋은 감정만은 아니지만
초심이 그 안에 녹아있다는 점에서 먼 훗날에도 이 떨림이 유지되면 좋겠다. 
여튼 7월을 통해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해냈고 
그로 인해 많이 성장한 것이 느껴지는데
조만간 글로 정리해야겠다. 


2.
여튼 휴가 이야기로 돌아와서. 
예기치 못하게 7월이 바빠져서 
휴가 일정을 촘촘히 짜지 못한 채 출발했다. 
나의 체력은 꽤나 소진되어 있는 상태였고 
동행한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그리하여 휴가의 초반은 삐그덕대며 시작했다.
먼 곳까지 비행기 타고 왔으니 
최대한 많이 보고 경험해야겠다는 욕심과, 우리의 소진된 체력이 상충했던 것이다. 
반면 여행의 중후반으로 넘어온 지금은 그저 평온하고 좋다.
체력도 많이 회복 되었으며 
'많이 보겠다는 욕심'도 어느 정도 충족된 상태라 
발이 바쁘지 않고 마음 또한 여유롭다. 


3.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이 있다면
'별 거 없다'라는 마음가짐.
네 번째 유럽이다.
처음엔 그네들의 문화에 감탄만으로 일관했다면
이번 여행에는 보이지 않던 사소한 부분들이 세세하게 보이고
사는 것 다 비슷하구나, 별 것 없구나 하게 된다.
말하자면 (해외에) 살다 온 경험 없는 1인의
편견이 조금이나마 깨졌다고나 할까. 


4.
성향차이가 있는 동생이랑 다니다보니 
나를 더 잘 알게 된다. 
가령 동생은 시행착오를 싫어하고 
나는 새로운 시도를 좋아한다든지, 뭐 그런 것들.

동생은 여행할 때에 
먹어보지 않은 현지 음식을 시도하지 않는다.
이미 맛 본 안전한 음식을 주문한다. 
나는 호기심에 늘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주문한다.
그리고는 대개 실패한다.
그리 잦은 실패 후에도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5.
돌아가서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어떻게 시작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이 시도해보고싶은 일들이 많다.
자잘한 시도들이 당장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아도 좋다.
그냥 그게 내 성향이니까. 
일단은 잠을 푸욱 자고 
글들로 주욱 정리해 본 후 
신나게 나아가야겠다.







 



Un Roman D'amitie - Elsa & Glenn Medeiros


Sometimes I think of me and you

and every now and then I think 

we'll never make it through

we go through some crazy times

and everytime I wonder if I'll be loosing you

but I never do


Oh my friend you give me a reason

to keep me here believing

that we'll always be together this way

and you know my friend you give me a reason

to make me stay

and even through the longest night 

the feeling survives

seems that I can just look at you

and I find the reason in your eyes


Tu sais il me faudra encore du temps 

Pour etre sure d'aimer quelqu'un 

et de l'aimer vraiment 

On a toute la vie devant nous 

Mais garde bien tes sentiments 

Et puis surtout 

Ecris-moi souvent 


Un roman d'amitie 

Qui s'elance comme un oiseau 

Pas une histoire d'amour vacances 

Qui finit dans l'eau 

C'est un long roman d'amitie 

Qui commence entre nous deux 

Magique adolescence 

Ou tout est un jeu 

Quand tu prends ma main tout va bien 

Fais comme tu veux mais ne dis r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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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는 빛



1.

전주에서 K언니를 만났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만났던 것은 원주에서였을 게다. 


그러니까 7년 만이었다. 그간 흔한 안부 전화도 없었다. 쌩쌩 차가 달리는, 그러나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서로를 마주했다. 


언니를 발견하고 맨 처음 내가 지은 표정은 '잘 지냈어? 반가워!' 표정이 아니었다. 차들을 향한 삿대질을 동반한 '언니 보여? 이 길 대체 뭐야?'의 잔뜩 찌푸린 표정이었다. 


그런 나를 보고 언니는 
"똑같네!" 
하며 웃음을 빵 터뜨렸다. 

오랜만에 보아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 앞에서는 가식 떨 새 없이 자신이 흘러나온다. 나도 함께 빵 웃으며 언니에게로 뛰었다.



2.

쿠웨이트로 일하러 간 친구 Z가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 

일주일의 짧은 휴가, 

그 중 하루 Z의 친구들과 함께 저녁하게 되었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여서 정작 Z와는 몇 마디 나누지 못했지만 충분히 좋았다. 

그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잠시 스치는 눈빛에도 저리 짙은 진심.

배우고 싶단 생각했다. 


일어서며 Z에게 그리 이야기했고 

다시 Z의 눈빛으로부터

우리 관계가 보다 긴 친구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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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630


1.

앞으로 월수금 중 이틀은 xx를 할 것이다. 

매주 일요일에는 oo를 하기로 했다. 


흔히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이 습관을 설정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습관을 설정하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고찰 및 자각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찌 살지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에만 자신에게 맞는 습관을 설정할 수 있다. 가령 내가 더 오래 건강하게 작업하고프다는 목표에의 자각이 없다면 운동하겠다는 습관은 설정 불가능하다. 고민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습관들이 점차로 자신을 메우게 될 것이다. 


Il faut vivre comme on pense, sans quoi l'on finira par penser comme on a vécu. 

-Paul Bourget-




2.

세상을 맑게 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다.


9년 전 처음 만나 물었을 때, 

E는 영향력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 했다.


나는 뻔한 꿈이라 생각하며 되물었지.

왜요? 

대우받기 위하여?

그 때에 E는 답했어. 

아뇨. 세상을 맑게 만들고 싶어서요.


본 지 오래 되었지만 

E가 그의 세상을 맑게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보이지 않아도 거기에 그렇게 있을 것이란 이유만으로 

이렇게나 위안되고 

나도 세상을 맑게 하는데 일조하고 싶단 생각 드는 것 보면 

E는 이미 내 세상을 변화시킨 '영향력 있는 사람'이다. 




3.

어제의 제안을 수락함으로써 올 7월 일정의 반은 강의가 채우게 되었다. 총 16일이 강의, 그 중에서도 12일은 지방일정이다. 

이 바다를 무사히 잘 건너고 난 8월엔


북유럽에 갈 것이다.

나의 스웨덴 친구(!) 집에도 잠시 머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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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나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있었고

한 무리의 회사원들이 나와 유리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다.

그들은 가벼운 회의를 하는 듯했고

달리 시선을 둘 곳이 없는 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야기 나누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던 중 까페 안 노리던 자리가 비어 

나는 자리를 옮기기로 마음먹고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이동하는 나를 따라 시선도 움직였다.


억. 그러다 커피를 노트북에 엎질렀다.

그치만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헐레벌떡 뛰어가 휴지를 가져오질 못하고 

별일 아니라는 듯 

꼿꼿한 자세로 천천히 휴지를 가져왔다.


바보. 이렇게 사람들 시선 신경쓰다보면

노트북이 언젠간 망가지고 말텐데


또한. 이렇게 시선 신경쓰며 살다보면 

나도 언젠간 망가지고 말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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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바지주머니 뒤집듯 나를 뒤집어 탈탈 털었던 4개월이었다. 이제 큰 집게손으로 나를 바르게 원래의 땅 위에 내려 놓는다.


  용기를 내어 오랜 기간 덮어두었던 원고를 다시 들추었다. 원고의 삼분지 일 정도가 쓸만하고, 개선할 점 또한 바로 눈에 띄는 것을 보니 좋은 출발이다. 나는 즐겁고 성실하게 이 여정을 마칠 것이다. 그리고 여정을 마친 후에는 뒤도 안 돌아보고 새로운 길을 밟아 걸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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