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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250건

  1. 2018.02.03
  2. 2017.12.17 Lesson 10
  3. 2017.11.17 팔레비로부터
  4. 2017.11.13 타라 도노반의 전시를 보고
  5. 2017.10.09 종종
  6. 2017.10.07 작가수업 - 도러시아 브랜디
  7. 2017.09.25 서툰 어제가 만드는 단단한 오늘
  8. 2017.08.24 당황했던 순간은요?​
  9. 2017.08.09 비2
  10. 2017.08.09



, 꽃이다. 들꽃이에요? 이렇게 꽂아놓으니까 폭죽놀이 같아요.

 

제가 가라앉을 땐 정말 깊이 가라앉지만.. 저를 굉장히 행복하게 해주는 몇몇 가지가 있어요. 저 꽃 보니까 이번주에 저를 기쁘게 했던 것이 생각이 나요. 저번 주에 친구랑 전시를 보러 갔거든요. 불광역쪽? 좀 멀리서 하는 전시였는데.

전시장소가 창고였는데 입구에 오래된 큰 나무문이 있었어요. 그게 굉장히 뻑뻑하게 꽉 닫혀있더라고요. 세련되게 만들어진 게 아니어서 맞물린 두 나무문 사이에 틈이 없었고, 열었을 때 부드럽게 열리는 게 아니라. 압력과 함께 거칠게 확 열리더라고요.

 

그 느낌이 참 좋았어요. 친구가 뒤늦게 도착했기에 물었어요. 너 이 문 양쪽으로 열어봤냐고요. 그랬더니 한쪽만 열어봤대요. 그래서 나가보라고 내쫓았어요. 쫓겨난 친구가 다시 양쪽으로 문을 탁 열었는데 아까처럼 확 하고 열렸어요. 그 장면이 너무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친구는 저를 이상한 눈으로 보며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저는 슬픔이나 아픔도 강렬하게 느끼지만 기쁨도 크게 느끼거든요. 그 문을 봤을 때도 너무너무 기뻤어요. 문을 확 여는 그 느낌이 너무너무 좋았어요. 제가 자극들에 아이처럼 반응을 하니까. 제 방에 모빌도 놓고 물건 색깔도 알록달록한 거 많이 놓고. 일부러 그러거든요. 어떤 걸 봤을 때. 정말 기뻐요.

 

 

그렇네요. 생각해보니 그 문이 저 같아요. 새로운 것에 반복해서 도전하고 그때마다 긴장되고 두렵고 뻑뻑하고 눈물날만큼 아프고 힘든데 열고 또 열고 열고 열리고 싶어요. 왜 그런진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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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son 10 



대학 시절 아침 졸린 눈으로 문구점에 간 적이 있다. 정신없이 필요한 물품을 골라 계산줄에 섰다. 그 때였다. 한 학생이 돌아서며 확 팔로 쳐 내가 들고 있던 자석이 떨어졌다. 자석은 두 동강 났다. 1개 50원짜리 자석이었다.
 
내 잘못이 아니었다. 나는 바빴고 정신이 없었다. 그 학생에게 따지지 않고 황급히 다시 진열대로 가 깨진 자석을 놓고 새 자석을 가져왔다. 그런 나를 누군가 보고 있었다. 점원이었다.
 
계산대로 다시 온 내게 점원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말도 없이 그렇게 갖다 놓으시면 어떡해요?"
내가 깬 것은 아니었으나 깨진 물품을 슬쩍 갖다 놨다. 아무도 못 봤을 거라 생각했었기에 부끄러웠다.
 
그러나 나는 사과하는 대신 
깨진 자석을 다시 말 없이 가져와 무표정 혹은 화난 듯한 얼굴로 
"얼마죠?"
하고 말했다. 
점원이 돈은 됐다고 했으나 나는 항의하듯 깨진 것과 성한 것에 대한 돈을 모두 지불하고 나왔다.
 
돈은 모두 지불했다. 그렇지만 그건 바른 해결책이 아니었다. 자존심 세우고 돈을 더 내는 대신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고 마땅한 사과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상점을 나온 상태였고 그 문구점은 바쁜 곳이었다. 아침의 일은 그렇게 묻히고 있었다.
 
그날 하루 내내 괴로웠다. 아무도 나를 비난하지 않는대도 나는 내가 잘못한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중요했다. 
고민 끝에 용기를 냈다. 무안함과 부끄러움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수업이 끝나고 저녁에 나는 문구점을 다시 방문했다.
 
커피를 사들고 갔다. 그리고 내가 아침에 만났던 점원에게 건넸다. 
"아침엔 제가 너무 정신이 없었어요. 죄송해요." 
점원은 내게 미소를 보였다.
 
 
 
내가 문구점에 돌아가 사과를 했다고 해서 아침의 학생이 나를 친 일도, 그래서 깨진 자석도, 내가 퉁명스레 내뱉었던 말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실수에 대한 매듭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실수를 실수로 끝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실수 않는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언제나 바른 매듭을 짓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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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비로부터





주말에 잘 쉬고 다시 팔레비의 갤러리에 와 있다. 오늘은 일본식 목판화를 작업할 예정이다. 팔레비는 네덜란드,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하는 원로 작가다. 그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고방식. 행동양식. 어투 등에서 많이 배우게 된다.


오늘은 팔레비의 퍼포먼스 작업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작업실 바닥에 ‘Ada + 단어’ 가 쓰인 판넬들이 가득히 있었다. ‘Ada’는 인도네시아 말로 ‘여기’라는 뜻이다. 팔레비는 며칠 뒤 있을 퍼포먼스 때 이 판넬들을 하나씩 들고 ‘여기 ㅇㅇ가 있나요?’ 하고 물을 예정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여기(Ada) '슬픔'이 있나요?”


이렇게 팔레비가 물으면 '슬픔'이 있는 사람이 


“여기요(Ada)!”


하고 손을 들고, 팔레비는 그 수를 세어 적어두는 방식이다. 판넬에는 ‘의사’, ‘눈물’, ‘창의성’, ‘정의’, ‘국수’, ‘예술가’, ‘아픔’, ‘목판화’, ‘두려움’, ‘시인’, ‘엄마’, ‘즐거움’ 등 다양한 단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팔레비가 나에게도 시험 삼아 
“여기 ‘꿈’이 있나요?” 


하며 판넬을 들었는데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며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 내 안에는 어떤 단어가 있을까?


(0228)



타라 도노반의 전시를 보고 



1.

타라 도노반의 전시를 보고 왔다.

 

연필로 그린듯한 그녀의 그림은, 다가서면 종이, 침핀, 스프링, 이쑤시개 등의 다양한 재료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시 뒷걸음 쳐 거리를 두면 이쑤시개, 스프링, 침핀, 종이는 본디의 그림으로 돌아왔다.

 

멀리서 본 모습과 가까이서 본 모습은 판이하게 달랐지만

둘은 모두 진짜였다.

 


2. 

지난 주에는 흠모하던 모 작가의 강연을 갔다가 소수자에 대해 막말하는 걸 보고 실망하여 돌아왔다. 그렇지만

멋진 글로 나를 감화시켰던/ 막말을 하던 모 작가의 모습

둘은 모두 진짜다.

 

나도 마찬가지겠지.

악인과 선인의, 실망과 기대의 구분일랑 잠시 감추어둔 채

눈앞에 보이는 상에 집중하며

담담히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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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종종 글과 그림에서 드러나는 어떤 이미지의 나를 기대하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


‪나는 내 작업과 일치하는 결의 삶을 살기를 소망하는 사람이지만 작업과 사람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


‪작업은- 내 삶의 많은 순간 중 반짝이거나 튀는 극히 일부를 집어내어 다듬은 후 정성스레 내어놓은 것이다. 그것이 내 삶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다. ‬


‪나는 언제나 우울하지도 혹은 행복하지도 않으며 완전하게 올바르거나 혹은 자유분방하지도 않다. ‬


‪도러시아 브랜디는 <작가수업>에서 작가들은 두 가지 인격-현실적인 자아와 예술적인 자아-을 지니며 그 둘을 잘 분리하여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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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수업 - 도러시아 브랜디 


  한동안은 자신을 의식의 힘을 빌려서라도 한 사람 안에 있는 두 사람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일상의 문제들에 정면으로 맞서는 고리타분하고 현실적인 인물이 있을 것이다. 이 인물은 무신경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인물의 경우 이지적인 비평 능력, 공평함, 끈기를 배워야 한다. 아울러 그와 동시에 이 인물의 최우선 임무는 예술가 자아에 바람직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반면 이중 인격의 또 다른 반쪽은 민감하고, 열정적이면서, 종잡을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 인물이 그러한 특징을 일상 세계로 끌고 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점잖은 측면이 이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대처해 고초를 겪게 하거나, 엄격한 관찰자의 눈에 우스꽝스럽게 보이게 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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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어제가 만드는 단단한 오늘 


1.

그림동화책 수업을 시작한 지 5년 째, 지난주에 처음으로 도중 환불자가 생겼다. 그 분은 졸업 작품에 도움을 받으려 이 수업을 들었는데 수업이 그림 기술이 아닌 포괄적인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자기가 생각했던 수업과는 다르다며 환불을 한다고 했단다.

 

(소심한) 나는 금세 의기소침해졌다. ‘내가 어떤 부분이 미흡했을까?’ 분명한 환불 이유가 있었음에도 나는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카데미 측은 이 이야기를 전하며 동시에 다음 차수 수업 일자를 잡자고 제안 해왔다. 수업에 큰 문제가 있었다면 다음 수업 제안을 할 리는 없을 터다. 그런데도 나는 아 내가 민망할까봐 일부러 다음 수업 이야기를 하는 걸 거야.’ 생각하며 계속 내 탓을 했다.

 

 

2.

수업에서 아트마켓 참여를 권하며 내가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아트마켓에 나간다면 절대 한 번만 나가진 마세요. 적어도 세 번은 나간 후에 어찌할 지 결정하세요."

 

처음 자기 작품을 판매하러 나가는 창작자는 쉽게 의기소침해진다. 첫날 판매가 잘 되지 않으면 내 작업이 좋지 않아서라고 쉽게 자신에게 원인을 돌리고 다음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판매에는 작품의 질 뿐만 아니라 매대의 위치, 마켓의 네임 벨류, 날씨, 방문객의 구성, 판매 요령, 그 날 주변에 어떤 작품이 있었는지 등 생각지 못한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이번에 잘 팔리지 않았어도 다음에 엄청 팔리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내 탓인 부분이 있고 내 탓이 아닌 부분이 있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처음 판매를 나가는 작가들은 이런 사실을 알기 어렵다. 그래서 마켓에 세 번은 나가봐야 안다.

그런데 오늘 또 내 탓을 손쉽게 한 걸 보면 역시 내공이 아직 부족한 듯 하다.

 

3.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여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오늘의 삶을 살아내야 얻을 수 있는 내일의 삶이 있다.

서툰 어제를 살아낸 내가 다시 겁 없이 오늘의 삶속으로 뛰어드는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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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했던 순간은요?


고등학생 때였어요. 시 낭송 대회에 나갔어요.

이렇게- 꽤 큰 강당에서 열렸는데 보러 온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많았죠.

좀 짧은 시를 선택했음 좋았을 걸.

긴 산문시가 마음에 들었던 거예요.

우스운 건 골라놓고도 다 외우질 못했어요.

무대에 오르기 전 까지도 열심히 외웠는데 결국 다 외우질 못했죠. 기권할까 하다가 그냥,


올랐어요. 전 마이크를 잡고 담담한 목소리로 청중을 향해 이렇게 말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시를 다 외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낭송을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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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2

나는 잠시 대화를 멈추고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았다.

비가 창을 수직에 가깝게 두드리고 있었다.

빗방울은 보통 밑 부분에 무게가 쏠리며 빛나곤 하는데  

그 날은 바람에 세차게 맺히는 빗방울의 동그란 테두리 전체가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전체가 빛나는 동그라미. 그리고 그 위로 다른 동그라미. 지워지고 다시 다른 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 빛나는 동그라미들. 


"그 때 무슨 생각하고 있었어요?"

"비 구경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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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가 내리는 날 택시를 탔다. 참방참방 후두둑 후두둑 비가 많이도 온다.  

택시가 다리를 건너 강북으로 접어들었을 때였다. 비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헌데 무심코 다리 건너를 보니 남쪽은 아직도 시꺼먼 먹구름이 가득이다.

 

"다리 건너는 아직도 먹구름이 잔뜩이네요."

기사님께 혼잣말처럼 말을 건다. 

"그런데 여긴 바닥도 말라있고 비 온 흔적도 없는 거 보니 비 아예 안 왔었나봐요. 기사님은 이런거 많이 겪으시겠어요."


기사님이 묵직한 목소리로 그러신다. 

"그럼요. 동료들을 만나 얘기해도 어떤 사람은 비가 많이 왔다 그러는데 어떤 사람은 비가 안 왔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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