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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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17 불안
  2. 2015.06.12 단상
  3. 2015.06.06 이별
  4. 2015.05.24 카사 바뜨요의
  5. 2015.05.21 다시 작업
  6. 2015.05.19 기억한다면
  7. 2015.05.15 Oh, my-
  8. 2015.05.13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9. 2015.05.10 아픔
  10. 2015.05.08 눈 없는 모양들

불안



  그는 불안이 내 삶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알고 있었다. 불안해하기에 아파하기에 힘겨워하기에 내가 창작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마음껏 불안해하되 그 사실에 대해 행복해할 수 있었음 좋겠다 조심스레 얘기했다.


  나는 다정한 그 말에 고마워하기 앞서 그리 쉽사리 간파당한 것이 괜스레 화가 나 의자에 등을 기대어 최대한 상대에게서 나를 멀리한 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며 다리는  불안하게 떨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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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1.

빛이 전해지는 경로 

눈을 뜨고 아침을 깨워 함께 걸었다.

아침이 고맙다며 빛을 한 줌 선물해줬다.

나는 받은 이 빛을 다시 아끼는 친구에게 선물할 테다.

가장 예쁘게 포장하여. 

 

 

2.

시도

문득 내게 맞는 신발 사이즈가 230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두는 230 운동화는 235라 고집하며 살아왔는데

헐렁하지만 어제 신은 240 운동화 아주 편했다.

 

 

3.

마음의 끝

고요한 마음 속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마음의 끝에서 얼마만큼의 속도로 부딪혀야 이 끝이 찢길까 궁금했다.

나는 악셀을 밟고 차를 웅-하고 몰아.

 

 

4.

빠밤-빠밤

조금 신나는 일이 생겼다. 

나는 부푼 가슴에서 행여 공기라도 빠져나갈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양 입꼬리를 올린 채 

빠밤-빠밤- 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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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나는 다음의 이유로 지갑을 잘 들지 않는다.


1) 10년을 거슬러 올라가 대학교 1학년, 제대로 된 첫 지갑을 가지게 되었을 때 무릎에 올려놓은 채 앉아 있다가 일어나며 떨어뜨리고 그냥 걸어가버리는 방식으로 잃어버렸다.


2) 나를 불쌍히 여긴 단짝 친구가 생일 선물로 지갑을 선물했으나 하루만에 강의실 책상 위에 두고 가는 방식으로 잃어버렸고


3) 단짝 친구에게 미안하여 그 다음날 몰래 같은 지갑을 샀으나 기억나지 않는 다른 방식으로 잃어버렸다. 


4) 그 뒤로 한참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다가 아르바이트하고 번 현금 20이 든 지갑을 통으로 떨어뜨려 잃어버린 후로는 이제 정말 웬만해선 지갑을 들지 않는다. 


카드만, 돈만, 따로 잃었다면 크게 문제될 일 없는데 지갑을 통째로 잃어버리면 신분증에 쪽지에 사진에 명함에 새로 발급받을 것도 많을 뿐더러 돌이킬 수 없는 것도 많다. 물론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마는. 그래서 잘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이리 장황하게 지갑 이야기를 꺼냈느냐 하면 내가 어제 또 지갑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지갑을 웬만해선 잘 들지 않는다 했다만. 그날 따라 주머니에서 꾸깃한 돈을 꺼내기 싫어 정갈하게 펴서 정리한 후 정말 오랜만에 들고나갔단 말이다. 그 지갑 원래 잘 들고다니지도 않는데.


작년 여행 갔다가 벼룩시장에서 10유로에 득템한 카멜색 양가죽 지갑. 내 지갑. 아마 길을 황급히 건너다가 떨어뜨렸음이 분명하다.


문제는 지갑을 하도 오랜만에 들고나갔기 때문에 지갑 속에 무엇이 들었는 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거다. 

거리를 헤매고 갔던 가게를 다시 찾아가 지갑을 잃어버렸음이 확실해진 후 


나는 전날 잠을 설친 탓에 무거운 머리로 2시간 여를 소파에 누워 멍하니 있었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갑 속 무엇이 있었는 지,

무엇을 잃었는 지.


무엇을 정확히 잃었는 지, 

모르겠다.

그리하여 상실감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두어 달 후, 

나는 무엇을 잃었는 지 비로소 자각하

주저 앉아 뒤늦게 또렷한 상실감을 느낄 테지.


늘 그랬듯, 

늘 그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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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바뜨요의



난간에는 

 "이 난간은 만져지기 위한 것.

  만져주세요."


닳은 가죽의나무의

반지르르 손때를 좋아한다.


나도 그런 광 내는 사람이고 싶다.


만져지고, 닿고, 소통하며 산 증거로

나 홀로 반짝 광 아닌

닳은 은은한 광 내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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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작업




사람의 감정은 상당 부분 생리적, 환경적 요인에 기인한다.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오면 나는 다음의 체크리스트를 돌려본다.


1)

배고프지 않은가

2)

잠은 충분히 잤는가

3)

생리 때는 아닌가

4)

일은 문제없이 잘 되고 있는가



대부분의 경우 4)에서 걸리고.

나는 폭주하는 감정들을 물리치고 다시 작업으로 돌아온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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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한다면



그래 많은 일이 있었지마는

행복의 순간들을 기억할 것

기억하고 놓지 않을 것.


그러면 온 기억들 위에 누워 

언제까지고 머물 수 있을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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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my-


어색한 정장을 차려입고 회의실에 들어섰다.

작업을 처음 보여주었을 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Oh, my-" 는 참 듣기 좋은 멜로디였다. 

실은 예의상의 멘트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멋쩍게 웃은 그는 

반짝이는 눈으로 이미 팬이 되었다고 악수를 청했다. 


기록해두어야지

작업물의

좋은 점과 유니크한 포인트에 대해

구석구석 찬사 받고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눈 하루


머지 않아 감정의 밑바닥에 다다를 

나를 위해

자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학하지 않기 위해

기록해두고 

기억해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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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1.

까만 밤

작업실 나서는데

하얀 포스라진 스티로폼 알갱이들 날고 있었다.

통통통 점프점프

알갱이의 움직임 따라

바람이 움직이는 모양 또한 볼 수 있었다.


바람은 그저 한방향으로만 부는 줄 알았었는데.

일부는 반대로 불기도 하는구나

팽그르르 돌기도 하는구나

없는 듯 엷게 흩어지기도 하는구나


보이는 알갱이들이

보이지 않는 바람

세세히 펼쳐 보여주고 있었던 셈인데


둘의 관계가 난 참 신기하여

알갱이들 나온 쓰레기봉투 옆에

한참을 넋 놓고 앉아 있었다.



2.

빛을 퍼뜨릴 수 있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촛불이 되거나 또는 그것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것이다.

-이디스 워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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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1.

그가 만든 영화를 보았다,

아팠다. 


처음 그를 본 순간에는 치유되도록 돕고 싶다-

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바로 고쳐먹었다.


그에게서 아픔이 사라진다면 아픈 영화 또한 나오지 않겠지.

영화 속 그는

아프고 강하게 꿈틀대고 있었고 

그게 참 고마웠다. 




2.

크레딧 올라가는 것을 보며 잠시 앉아 있었다. 


예전에는 아픔을 작업으로 표현하는 것이 두려웠다. 

자꾸만 아픈 그림을 그리고 아프다고 이야기 하면 

사람들의 마음도 나처럼 아프게 될까봐

잘 살던 사람들까지도 우울하게 만들까봐

겁이 났다. 


그렇지만

우리는 행복할 때보다 

아플 때 더 자주 혼자이고. 


그 혼자인 순간에

아프다고 외치는 다른 이들의 소리를 들으며

다시 나 혼자가 아니구나. 

위안 받을 수 있다. 


 



3.

그녀는

좀 더 기대어도 된다고 말했고

나는 

사람의 마음은 믿지마는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들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가까워지는 것은 두렵고 아픈 일이다

갓 생채기 난 껍질 없는 속살로 소통하는 것은

더더욱 아픈 일이다


부드러운 손이 건네어졌지만

나는 이래 한 발자국 물러서서 

비루한 뿌연 막으로 나를 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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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없는 모양



눈 없는 모양

스스로의 모습이 어떠한지 볼 수 없는


다른 모양과 부딪히고 

그리하여 깨지고 다쳐 비로소

자신의 모양을 알게 되는,


눈 없는 모양


나는 참 편평하구나

나는 참 날카롭구나

나는 참 오돌토돌하구나

나는 참

나는 참


나는 참


여전히 


눈 없는 모양


나의 모양 보기 위해 

더듬으며 부딪힐 곳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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