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2016 0129


복작복작했던 시간을 묶어두고 

작업실에 남아 책상정리를 하고 

홀로 돌아오는 길.


걸으며 개운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러다가 그 이유가 오늘 뵈었던 사진작가님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러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그보다도 

뭐랄까. 그의 작업을 대하는 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 삶을 살아가는 태도엔 지잉-하고 울림이 있었다.


1.

작가님의 눈은 반짝반짝했다. 그래서 좋은 분임을 진즉 알 수 있었다. 

2.

타국에 가 지내면 친구가 없어 외롭지 않냐는 내 말에 한 사람 친구가 없어지면 다른 사람으로 채워진다 하였

3.

일정관련 질문에, 그는 쉬는 시간을 포함하여도 일할 일정을 잡는다고 했다. 하루 일정으로 촬영을 한다고 하면 전날 혹은 다음 날 휴식 시간을 충분히 잡는다고. 그래야만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쉴 때도 당당하게."  

그건 당당하지 못한 상태로 쉬는 시간을 힘겨이 가져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4.

그는 찍는 장면이 바뀔 적마다 어찌 찍을 지 구상하는 듯 말 없이 한 곳을 응시하곤 했. (덕분에 츄잉룸 식구 모두는 피사체가 될 적마다 시선을 어디 두어야 할 지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했다.)

생각할 시간 또한 당당하게 가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 

5.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작업실의 물건 하나를 움직일 때도 우리의 허락을 일일이 구했는데, 그 태도는 곱게 바지 위로 올려진 양말과도 닮아 있었다. 

6.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웃지 않다가 카메라 앞에서 올라가는 입꼬리는 어쩐지 부자연스러워 무섭다고. 그는 우리를 가장 자연스러운 포즈에 잠시 멈추게 하고는 셔터를 눌렀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사진기 앞에서는 부자연스러운게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말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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