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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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8 행복을 누르는 버튼
  2. 2010.09.06 Rumpus
  3. 2010.08.25 -
  4. 2010.08.19 훈데르트 바써 - 바바라 슈티프 지음
  5. 2010.08.18 오늘같이 사건사고가 많은 날이면.
  6. 2010.08.10 지갑이야기
  7. 2010.07.29 방황
  8. 2010.06.13 자주, 죽음에 대해.
  9. 2010.06.09 사건의 진실 혹은 일부

행복을 누르는 버튼

요즘 새로 옮긴 작업실 인테리어에 정신이 없다.
저번 주 페인트 칠할 때의 일이다.
정은냥은 창틀에 페인트를 잘 붙게 할 젯소 작업 중이었고, 지숙언니는 벽 페인트 작업 중이었고, 나는 정은냥이 바른 젯소 위에 페인트를 칠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빈티지한 스카이블루와 빈티지한 연에메랄드색이 묘하게 섞인듯한 페인트 뚜껑을 여는데 앗. 예쁘다. 정은냥의 그림에 자주 등장할 법한 (나도 좋아하지만) 그녀의 취향 100%인 그런 색이다.
예쁘다.. 라고 어느새 입 밖으로 생각을 내고 있는데 멀리서 그 색을 본 정은냥이 갑자기 (우리 이 날 15시간 연속의 중노동에 엄청 힘들었기에, 지친 목소리가 어울리는 상황) 흥분을 애써 누르고 있으나 충분히 격앙된 그런 목소리로 "봐봐..↗" 라고 하면서 다가온다.
그리고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창 틀 곁을 종종종종 맴돈다. 그녀는 나처럼 과장된 표현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표정을 보면 그녀가 엄청나게 기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순도가 완벽에 가까운 미소다.
쑥언니와 나는 정은냥의 그런 표정을 보며 놀리기 시작한다.
색깔 하나가 이리도 사람을 기분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니.
순간 나는 저 색이 바로 정은이의 행복을 자극하는 버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문득 나의 행복을 누르는 버튼은 무얼까. 궁금해졌다.


 www.chosunyoung.com


어떤 노래들은 공간과 시간을 순식간에 바꾸어주는 마법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OST를 들을 때면 나는 행복과 긍정으로 가득차 어쩔 줄 모르게 된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Rumpus 라는 노래.
요즘 어느 정도로 빠져 있냐 하면 샤워할 때 노트북을 가지고 들어가 반복 재생할 정도.
소개해준 델로스님께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나는 어째서,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리도 형편없는 것일까.

내 한 몸 가누기 힘들고,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 신경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이
미안하고, 화가나고, 견디기 힘들다.


"훈데르트 바써 - 바바라 슈티프 지음, 김경연 역 中

만약 좋아하는 것이 차림표에 없다면?
"딸기 크림과 새콤한 드롭스를 넣은 과자 반죽으로 만든 네모난 피자를 먹고 싶은데요."
여러분의 주문을 들은 종업원은 어쩌면농담을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것은 없다고 할 거다. 하지만 여러분이 부엌에 들어가 그런 피자를 구우면 그런 피자가 있게 된다. 

많은 사람은 독자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을 힘들어한다.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것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봐야 하고 어쩌면 뭔가를 바꾸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차림표에 없는 것이 먹고 싶으면 직접 만들어야 한다. 너무 게으르거나 무엇을 먹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면 그냥 마르게리타 피자나 나폴리 피자나 하와이언 피자로 만족해야 한다. 만약 모든 사람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절대로 새로운 것은 발명되지 않는다.

훈데르트 바써는 늘 차림표에 없는 것, 아직 발명되지 않은 것을 원했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종종 미쳤다고 생각하거나 까다롭다고 여겼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궤적을 그리며 살아가지만, 그 누구도 다른 사람과 똑같은 궤적을 그리지는 않는다. 우리는 직접 그린 선 조차도 정확히 그대로 베낄 수 없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꿈을 꾸는 것이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꿈을 꾼다. 꿈이 끝나면 나는 무슨 꿈을 꾸었는지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림은 남는다. 그림은 꿈의 결실이다."

그림은 눈에 띄지 않고 천천히 자라났다. 훈데르트 바써는 자신의 그림 그리는 바식을 식물적 회화법이라고 불렀다.

"화가는 자신이 그리는 것에 놀라워하지 않으면 그것은 좋은 그림이 아니다. 나는 내 그림에 놀라고 싶다. 끊임없이 나의 그림을 발견하고 싶다."
"화가라는 것은 뭔가 엄청난 것이다. 그림은 우리에게서 아주아주 멀리 떨어진, 탐구되지 않은 지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준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억지로 진행하지 않는다. 인도받도록 내버려 둔다. 그렇게 함으로써 잘못을 범하지 않을 수 있다."

"비오는 날에는 색이 빛난다. 그래서 흐린 날-비오는 날-은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날이다. 내가 일할 수 있는 날이다. 비가 오면 나는 행복하다. 비가 오면 나의 날이 시작되었음을 안다."

"그림이 마법으로 가득 차 있다면, 행복을 느끼게 한다면, 웃거나 울도록 자극한다면, 뭔가 감동을 준다면, 한 송이 꽃이나 한 그루 나무처럼, 자연처럼, 없으면 그리운, 그런 것이 된다면, 그렇다면 좋은 그림이다."

훈데르트 바써는 사람들이 모자를 쓰고 다니지 않는 것을 슬퍼하기도 했다. 모자는 예쁘고 굉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자는 사람의 키를 더 커 보이게 하고 중요성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왕관처럼 말이다. 모든 인간은 자신을 왕처럼 여겨야 하며, 그만큼 아름답고 세상에 대한 책임감에 차 있어야 한다.
"나는 왕이다. 스스로에게 왕관을 씌워 주었다."

"지상에는 행복하게 지내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있는가 하면, 날마다 새로 찾아오는 아침이 있다. 나무와 비가 있고, 희망과 눈물이 있다. 기름진 땅과 산소가 있고, 동물과 온갖 색이 있고, 먼 나라와 자전거가 있으며, 태양과 그림자가 있다. 우리는 부자다."
오늘같이 사건사고가 많은 날이면.

오늘 같이 사건 사고가 많은 날이면, 내게 '마이블루베리나이츠'의 주드 로나 키다리 아저씨 따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한다. 아무런 편견없이 조잘조잘 내 얘기를 들어주는 묵묵한 말 상대. 편지 말미에는 오늘도 너무 수다를 떨어버렸네요. 다음엔 짧게 쓰겠다고 약속합니다! 고 사족 붙이면 그것 보고 피식 웃어주는, 그걸로 그만인, 그런 맘 편한 상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트윗에도, 홈피에도, 싸이에도, 홀로 쓰는 일기장에도 쓸 수 없는 그런 말들이 너무나 많다.
쓰일 곳을 찾지 못한 말들은 머릿 속을 열심히 괴롭히다가 하얀 모래알갱이가 되어버린다.

지갑 이야기

지갑을 사려는데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보라, 갈색이 있다.

갈색은 싫어하니 후딱 제끼고, 빨강이 형광기 살짝에 선명하니 예쁘게 나왔기에 사려는데 갑자기 그 사람이 좋아하는 색이란 것이 생각난다. 반대색인 파랑을 사려 손을 뻗으니 왠지 빨갱이와 파랭이는 커플같아 싫어진다. 나 빨간색 되게 좋아하는데, 파란색도 되게 좋아하는데.
그만 좋아하지도 않는 초록색을 집어들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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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할 때 방황의 원인을 치유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나중엔 더 큰 방황으로 찾아온다.
-성희언니,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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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A는 죽고싶다고 생각한 적이 아주 어렸을 적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왜 죽고 싶은 생각이 들지?'를 덧붙였다.
B는 살면서 몇 번 정도 있었다고 했다.
C이자 나는 제법 자주 생각한다고 말하였다.


실은 그들에게 말한 것 보다 훨씬 더 자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생각해왔다.
다양하고도 사소한 이유로. (사소한 이유가 항상 큰 문제를 부르는 법이니까)

1.
십대시절 나의 꿈은 굶어서 죽는 것이었다.
졸업을 하고 돈을 벌어 더도 덜도 말고 방 하나와 욕실 하나가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큰 침대를 놓고, 티비 한 대를 놓고, 큰 욕조를 놓고,
뒹굴뒹굴 침대와 욕조를 왔다갔다 하다가
굶어 죽는 것.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는 먹는 것도 귀찮았다.

2.
나와 비슷한 성향의 D
우리는 시험 전 날 공부를 덜했다든지 등의 작은 일로도 죽음의 충동을 느낀다.

3.
가장 행복한 순간에
아 지금 죽으면 딱 좋겠다 자주 생각한다.

비슷한 성향의 D와 이야기 하다가 우리는 왜 이럴꼬 하니.
결론은 완벽주의에서 났다.
사소한 이유로도 하던 일을 all or nothing 중의 nothing으로 만들어 버리는 우리는
삶에서 조차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사소한 이유로 삶을 내팽겨치고 reset하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201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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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옆집에선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꼬맹이였던 내게 알려진 것,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것은

옆집에 살던 부부가 죽었다는 것과,
그 집 문이 잠겨 있어 경찰 아저씨가 우리 집 베란다를 통해 그 집으로 넘어갔다는 것,
경찰 아저씨가 모자가 떨어질까봐 우리집에 벗어놓고 갔다는 것,
나는 신나서 그 모자를 써 보았다는 것.

이었다.


어제, 어머니와 얘기하다가 그 사건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옆집에 살던 사람들은 정확히 부부는 아닌, 결혼을 전제로 살고 있던 커플이었으며,
둘은 자주 다투었다는 것,
여자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
남자는 폭발해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것,
여자가 집에 전화해 '죽을 것 같다'라고 했다는 것,
멀리 떨어진 부모가 112에 신고했으나 이미 칼부림이 시작되었다는 것,
남자는 깊게 몇 번을,여자는 얕게 많이, 서로를 찔렀으며,
결국 둘 모두가 사망했다는 것.


그리고 오늘 읽은 책에는 '타인을 존경한다는 것은 일체의 열정을 배제한다는 것을 뜻하는가?
라는 문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