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행복을 누르는 버튼

요즘 새로 옮긴 작업실 인테리어에 정신이 없다.
저번 주 페인트 칠할 때의 일이다.
정은냥은 창틀에 페인트를 잘 붙게 할 젯소 작업 중이었고, 지숙언니는 벽 페인트 작업 중이었고, 나는 정은냥이 바른 젯소 위에 페인트를 칠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빈티지한 스카이블루와 빈티지한 연에메랄드색이 묘하게 섞인듯한 페인트 뚜껑을 여는데 앗. 예쁘다. 정은냥의 그림에 자주 등장할 법한 (나도 좋아하지만) 그녀의 취향 100%인 그런 색이다.
예쁘다.. 라고 어느새 입 밖으로 생각을 내고 있는데 멀리서 그 색을 본 정은냥이 갑자기 (우리 이 날 15시간 연속의 중노동에 엄청 힘들었기에, 지친 목소리가 어울리는 상황) 흥분을 애써 누르고 있으나 충분히 격앙된 그런 목소리로 "봐봐..↗" 라고 하면서 다가온다.
그리고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창 틀 곁을 종종종종 맴돈다. 그녀는 나처럼 과장된 표현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표정을 보면 그녀가 엄청나게 기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순도가 완벽에 가까운 미소다.
쑥언니와 나는 정은냥의 그런 표정을 보며 놀리기 시작한다.
색깔 하나가 이리도 사람을 기분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니.
순간 나는 저 색이 바로 정은이의 행복을 자극하는 버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문득 나의 행복을 누르는 버튼은 무얼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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