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2017/05'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7.05.19 옷 수선 가게에서
  2. 2017.05.04 출근을 아름답게, 일상을 아름답게, 삶을 아름답게
  3. 2017.05.03 작업

옷 수선 가게에서



  옷 수선 가게에 맡겨둔 옷 찾으러 들렀다.

감사합니다.”

뭘 돈 받고 해드리는 건데.”

그래도 정성스레 해주셨잖아요. 감사해요.”

  미소 띤 채 말하자 퉁명스럽던 사장님의 태도가 바뀐다.

가만 있자. 봉투에 좀 담아드릴까요?”

 

  내가 먼저 웃으면 그 웃음은 반드시 돌아온다. 웃음이 즉각적으로 돌아오지 않다하더라도 상대 마음 속 즐거움이 조금이라도 자라났을 걸 알아서. 그리고 그게 내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 걸 알아서 난 매일 웃음을 짓는다.

 

  나를 사랑하는 일이 남을 사랑하는 일과 다르지 않고, 세상을 사랑하는 일이 나를 사랑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나는 다분히 이기적인 사람인지라. 애정 어린 태도로 세상을 대하는 것은 내가 나를 사랑하는 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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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아름답게, 일상을 아름답게, 삶을 아름답게
 


 
 친구이자 작곡가 B의 출근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에 나는 웃음을 빵하고 터뜨렸다. 그의 작업실은 집과 고작 600미터 떨어진 거리에 있다. 자가용도, 대중교통도 필요 없는 짧은 거리인데 그는 이 출근길에 대하여 철저한 원칙을 세우고 지키고 있었다.
 
 먼저 그는 출근하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 아무도 마주치지 않을 시간을 세심하게 골라서 출근한다.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하루의 기운이 달라지기 때문이란다.
 또한 그는 동절기와 하절기의 출근시간을 따로 정해두고 있다. 해가 들어오는 시각이 다르고 작업실이 데워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절기에는 8시경, 동절기에는 10시경에 출근한다.
 
 몇 년 째 일할 때 외에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고 은둔하는 그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이러한 자신만의 견고한 틀이다. 당시의 나는 그저 B가 참 철저하구나, 재밌는 친구다 하며 넘겼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인도네시아 족자에서 목판화 작업실로 출근하려 자전거 페달을 밟던 나는 돌연 B를 떠올리며 미소 짓는다.
 
 매일 목판화 작업실 출근 때마다 보는 풍경. 고개 들고 나무 사이로 보이는 저 하늘과 지붕들을 나는 즐기고 있다. 자전거 리듬과, 작업에 대한 기대와, 맑은 공기가 더해져 만드는 아름다운 출근길.
 
 처음 출근할 때에 나는 이 길이 아닌 자동차가 쌩쌩 다니는 큰 도로를 택했다. 그러다가 이 샛길을 발견한 후에는 이리로만 다니게 됐다. 스쳐지나가는 풍경이 달라지니 출근길이 즐거워졌다. 나무와 집 사이 꼬불꼬불 골목길을 따라 핸들을 움직이며 까르르 웃는 아이들과 인사도 나누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작업실에 도착하면 내 기분 또한 맑다. 먼지 날리는 큰 도로로 긴장하며 출근하는 것과 다르다.
 
 왜 B가 그토록 출근길에 신경썼는 지,
 이제사 나는 가슴으로 그를 이해한다.
 
 
 어느덧 자전거가 나를 몰아 목판화 작업실에 도착한다. 도착하자마자 왠지 들떠 있는 Pahlevi로부터 갤러리에서 있을 다음 전시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80권의 책이 곧 전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모 작가가 매일매일 일기처럼 기록한 드로잉을 모은 것인데 그것이 자그마치 80권이란다. 쌓인 80권의 책은 부피부터 어마어마하다. 작은 것이 쌓여 이렇게 어마어마해진다.
 
 
 아름다운 출근길이 모여 아름다운 일상이 되고, 아름다운 일상이 쌓여 아름다운 삶을 이룬다. 훗날 내 삶이 저 80권의 책처럼 아름답기를. 고대하며 한 장의 오늘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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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미친 사람처럼 작업실에 틀어박혀 

4박 5일 째 '쓰고' '그리고'를 반복하고 있다. 

거기에 '지우고'가 더해져 겉으로 보이는 진도는 더디지만. 


왠지 모를 설렘과 뿌듯함을 느낀다. (엄청나게 섭취하고 있는 카페인 때문일지도)

최근 읽은 '말하다'에서 김영하 작가님은

장편 하나를 쓰고 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어떤 책을 쓸 지 신중하게 선택한다고. 


다시 새 책에 도전하는 지금, 

'이 책을 쓰고 난 후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가방 어깨끈을 야무지게 잡고 책 산을 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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