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펑펑


  집 뒤 산책로를 매일 걷고 있다. 오늘은 운동을 좀 하고 싶어서 30분 걸리는 이 코스를 15분으로 단축하여 뛰기로 한다. 

  숨이 벅차오르고 옆구리가 오랜만에 아파오기 시작한다. 헌데 뭔가 익숙한 느낌이다. 언제 느껴봤더라. 

   국민학교 체력장 오래달리기 했을 때의 감각이다.에 생각이 미치자 나는 펑펑.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 그 꼬마는 배가 아프고 입안이 말라오고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헉헉대며 끝까지 뛰었다. 그래 체력 좋은 친구들이 하나 둘 포기하고 힘을 뺄 적 끝까지 깡으로 뛰어 백미터 이십 체육은 젬병인 내가 반에서 2등의 기록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매일 나를 자책해왔다. 단 한 번도 최선을 다한 적 없다고, 노력이란 걸 도무지 하질 않는다며 자신을 몰아세워왔다. 죽일듯이 노려보는 나의 시선이 무서워 편안히 잠들 수도 없었다. 기억이 닿는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매일. 내 일기장을 보면 후회투성이고 자책투성이다. 생각하니 울컥해서 눈물이 나왔다.

  그 시절 그 꼬마는 충분히 노력했어. 

  계속 달렸다. 빨리 달렸다. 발 밑 바닥이 러닝머신 밴드라도 된 듯 슉슉 절로 지나갔다. 눈물이 같이 달렸다. 

  나를 사랑해줄게 사랑해줄게 되뇌이며 계속해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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