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우울을 다루는 법

 

 

어제는 엄청 기분이 좋았었거든. 오늘 아침까지도 기분이 좋았었고. 그런데 갑자기 우울해졌다가 지금 방금 다시 기분이 좋아졌어.

나 1층으로 내려와서 예술가 친구 Sigit과 술 한 잔 하고 (Sigit이 레지던시로 다녀온) 베를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 지금은 같은 공간에서 노트북으로 각자 할 일을 하고 있고.

말하자면 Sigit과 같이 시간 보내니 기분이 좋아졌는데, 나 우울할 때마다 늘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만 하는 걸까? 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어.

 

 

W

1.

행복이 격하게 찾아온 뒤에는 작은 우울함이 곧 따라오기 마련이야. 그러니 행복을 낭비하기 보다는 다가올 우울을 위해 간직해두면 좋아. 


2.

만일 네가 기분이 가라앉을 때마다 누구를 필요로 한다면 그건 좋은 신호가 아니야. 물론 네가 우울할 때면 정말 괴롭고 힘겨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렇지만 네가 누군가를 '필요로'하기 시작하는 순간 넌 그 관계를 망치기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누군가를 '필요로'해선 좋은 관계를 만들기 힘들거든. 


3.

나도 어제 아침과 오후에는 행복했었어. 그런데 밤이 되니 갑자기 우울감과 외로움이 나를 찾아왔지. 지금도 완전히 좋아진 상태는 아니지만 조금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것을 난 알고 있어

나는 우울한 시간 동안에는 웬만하면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하지 않으려고 해.

다른 사람과 만나고 대화를 나누면 금세 기분이 좋아질 거라는 걸 나도 알고 있어. 그렇지만 그건 내 기분을 더 좋게 해줄지언정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하지는 않을 거야.

나는 그저 기분이 일시적으로 나아지길 바라는 게 아니야. 나는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

그래서 나는 우울이 찾아오면 홀로 우울을 직면하고 그 속에서 뭐가 됐든 깨달으려 해.

고통의 시간을 앞으로 잘 나아가기 위한 연료로 활용하려는 거지.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냥 괴롭기만 하고 성장하는 데 실패해. 그렇지만 정말 가끔씩 성공하고,

그 때에 나는 자라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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