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헤테로토피아 

미셸푸코

이상길 옮김, 문학과 지성사



"나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장소, 우리가 지도 위에 위치지을 수 있는 장소를 가지는 유토피아들, 그리고 명확한 시간, 우리가 매일매일의 달력에 따라 고정시키고 측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유토피아들이-모든 사회에-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구별되는 이 온갖 장소들 가운데 절대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 자기 이외의 모든 장소들에 맞서서, 어떤 의미로는 그것들을 지우고 중화시키고 혹은 정화시키기 위해 마련된 장소들. 이 반공간, 위치를 가지는 유토피아들. 아이들은 그것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 그것은 당연히 정원의 깊숙한 곳이다. 그것은 당연히 다락방이고, 더 그럴듯하게는 다락방 한가운데 세워진 인디언 텐트이며, 아니면-목요일 오후-부모의 커다란 침대이다.


일반적으로 헤테로토피아는 보통 서로 양립 불가능한, 양립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여러 공간을 실제의 한 장소에 겹쳐놓는 데 그 원리가 있다. 


헤테로토피아는 언제나 그것을 주변 환경으로부터 고립시키는 열림과 닫힘의 체계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헤테로토피아에 자유롭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반면 외부세계에 닫혀 있지 않고 전면적으로 열려 있는 또 다른 헤테로토피아도 있다. 누구라도 거기 들어갈 수 있지만, 사실 일단 들어가고 나면 그것은 환상일 뿐, 어디에도 들어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직감하게 된다. 그 헤테로토피아는 열린 장소이지만 당신을 계속해서 바깥에 놔두는 속성을 가진다.


열려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찌감치 입문한 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헤테로토피아도 있다. 


헤테로토피아들은 다른 모든 공간에 대한 이의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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