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작은 기적




1.

 족자 집에서 내면초상화 파티를 하였다. 족자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내면초상화를 그려주었다. 그 중 스물 한 살 티아의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는 ‘긍정적인 사고’였다.


 “돈은 없었지만 그냥 가고 싶었어, 이스탄불에. 왠지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어떻게 하면 갈 수 없을까? 바라고 또 바랐어. 하도 주변에 말하고 다니니까 어느 날 걀리가 ‘교수님과 의논해보면 어때?’하더라고. 그래서 큰 기대 없이 교수님께 의논드렸더니 일단 학교에 기금이 있으니 제안서를 제출해보라고 하신 거야. 마침 이스탄불에 전공 관련 컨퍼런스가 있었고. 거기 참석하겠다고 제안서를 제출했더니 통과되어서 학교 지원금으로 이스탄불에 갈 수 있게 됐어.”

 “그전까지 나는 컨퍼런스에 학부생이 지원받아 참가할 수 있는 지도 몰랐어. 그냥 이스탄불에 가고 싶으니까 계속 갈 수 있을 거라고만 줄곧 생각해왔거든. 그랬더니 이런 일이 생겨났어.” 

 “난 뭐든 바라는 게 생기면 다 잘 될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그러면 신기하게도 기적이 일어나.” 



2.

 족자에 갈 때의 나는 그저 즐겁게 작업을 하다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비행기 옆자리 티아와 친구가 되었고 이어 걀리, 지크리, 라이언, 카쭉과 사귀게 되었다. 이 무슬림 친구들은 나에게 무슬림의 문화, 그리고 족자의 거리를 소개해주었다. 

 또한 갤러리겸 헌책방의 주인장 시깃과 친구가 되었고 그에게 한스, 팔레비, 아리를 소개 받았다. 그 인연으로 팔레비의 목판화 작업실에서 목판화를 작업하게 되었다. 

 목판화 작업실에서는 크로키 작가 밤방을 알게 되었다. 이 친구는 내게 에이스 콜렉티브 작가그룹 멤버들을 소개해주었다. 그렇게 알게 된 루디는 나에게 실크스크린 갤러리 크랙 담당자 모키를 소개해주었다. 모키는 내게 크랙에서의 전시 제안을 하였다. 

 기록용으로 사용하던 SNS를 통해 아촘을 만났고 아촘이 소개해준 아랴와 친구가 되어 아랴의 작업실에도 매일 출근하여 작업했다. 아촘과 아랴는 나를 족자에서 열리는 갤러리 오프닝들에 초대해주었다.

 갤러리 오프닝에서는 마티아스와 비비앙을 알게 되었고 비비앙은 동판화 스튜디오 그라피스 밍기란에 데려가주었다.  


 즐겁게 작업하다 오자는 나의 소망은 내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실현이 되었다. 



3.

 소망은 종종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곤 한다. 소망이 이루어지는 방법이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당장의 내 판단만으로 당장 그 소망이 이루어질지, 이루어지지 않을지 가늠하기보다는 일단 가능하다고 가정하는 편이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보이는 풍경만으로 내가 나아갈 길을 한정짓지 않으려한다. 내가 모든 길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갈 수 있는 길이 제한된다. 눈을 감고, 일단 가고 싶은 목적지부터 상상해본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때에그리하여 목적지를 포기하고 적당히 멈춰서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에나는 나의 한계를 인정한다. 동시에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더 넓은 가능성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믿으며 걷다보면 내가 이전에 서 있었던 곳에선 보이지 않았던 풍경들이 펼쳐지고 끊어진 듯 보였던 길이 이어져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 인지의 한계를 인정하는 순간 내 가능성의 한계가 사라진다. 


 나도, 티아처럼 삶이 가져다주는 작은 기적들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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