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목판화 행복



1.

"보고 싶어."

"가끔 네가 나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아서 염려돼. 누군가를 필요로 해서 옆에 있는 건 건강한 관계가 아니거든. 나에겐 네가 상상하고 원하는 그 무엇이 없어. 그건 네가 스스로 만들고 찾아야 해."


2.

행복은, 누군가를 통해 나오는 것도 누군가의 곁에 있어야 나오는 것도 아니다. 또한 어떤 물질을 통해 나오는 것도 특정 물질을 소유해야 나오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목판화 만들듯 나의 손끝으로 조물조물 틀을 만들고 찍어내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이다.

행복의 재료. 

행복은

1) 행복을 느낄 시간. 그리고 

2) 마음의 여유. 

3)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능력. 

에서 나온다.

이 셋이 갖춰져 있다면 어디서건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에는, 행복을 느낄 시간이 부족하다. 서울 사람들은 어려서는 야자에 커서는 야근에 쫓기듯 바쁘다. 그러다보니 마음의 여유도, 행복을 느낄 능력도 길러내기 힘들다. 


3.

고무 꼭지가 하나 굴러다니기에 어디서 나온 건진 모르겠지만 필요한 것은 같아서 버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Sigit이 집청소하다가 나머지 한 쪽을 찾았다.

"I found another one."

"Where?"

"Over there."

"Hahaha"

작은 것에 크게 웃을 수 있는 하루하루가 좋다. 

이곳에는 행복을 느낄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다. 

그 둘이 갖춰지니 행복을 느끼는 능력 또한 자연스레 자라난다.


서울에 돌아가면. 행복을 느낄 시간부텀 사람들에게 선물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과거 내면초상화* 테이블이 사람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선물했듯이. 

재미난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내면초상화 : 2008년부터 작가 초선영이 진행해 온 예술 프로젝트의 명칭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한 단어'를 관객에게 받아 단어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나눈 후, 그것을 즉석에서 그림과 시로 표현해 드리는 작업입니다. 

그간 서울, 전주, 뉴욕, 발리 등 다양한 도시에서 다국적 사람들의 3000여 명의 내면초상화를 그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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