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만들며 걷는 길



 목판화 수업 중 Pahlevi와의 대화.

 "Pahlevi, 어제 배운 인도네시아 스타일이랑 오늘 배운 일본 스타일이랑 조합해서 하면 안 되나?"

 "Why not? 컨템포러리 아트에선 다 되지."


 길을 만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Sigit은 내가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예술가로 살고 있다고 하니 길을 한 번 만들어 본 사람은 앞으로 어디서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지난 날 삶의 기로에서 나선생님은 기존 체계에 편입되기보다는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가는 종류의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힘들여 만든 나의 길을 돌아보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그건 나만이 걸어갈 수 있는 나에게 꼭 맞는 맞춤옷 같은 거니까.


 길을 헤쳐 나가며 가끔. 아니 자주 나락으로 떨어진다. 후각과 촉각에 의존하며 나아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두렵다. 그렇다고 잘 닦여진 길을 찾으며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루라도 내가 이 세상에 머물다 간 것과 아닌 것이 다르도록, 나만의 흔적이 남도록. 겁 없이 탐험하고 그리하여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

 

 어제는 스쿠터를 타다가 넘어졌다. 다행히 아무도 없는 공터였고, 굉장히 느릿한 속도로 연습하고 있었건만. 겁나서 브레이크를 세게 잡았다가 그만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발목의 상처는 피범벅으로 무시무시해보였으나 닦아내고 보니 미약한 것이었다. 뼈도 무사하고 몇일 안정 후 나을 일만 남았다.

 

 다 낫고 나면, 나는 다시 연습할 것이다. 계속 넘어지고, 떨어지고, 다치고 다시 일어서서 나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주변에 이미 그렇게 자신만의 길을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나도 계속 용기를 낼 수 있다.


 , 감사하다는 말을 나직이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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