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11/5

오후다. 볕이 잘 드는 작업실에 앉아 난로를 쬐고 있으니 노곤노곤하다. 오전에 만나 뵌 기자님과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편안한 표정으로 멋진 질문들을 던져주시니, 내가 언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 싶은 대답들이 흘러나왔다. 인터뷰 할 때면, 내가 나를 돌아보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1.
지금 삶의 속도를 수치화 한다면 시속 몇 킬로미터로 가고 있는 느낌이 드느냐는 질문을 하셨다. 나는 걷는 속도로 가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가장 자연스러운 속도. 가다가 예쁜 풀꽃이 있으면 주저 앉기도 하는.  


2.
꿈이 무어냐고 하셔서,
이전의 꿈은 창작을 하며 평생 사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창작을 통해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한 층 더 구체화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나만의 성을 만들고 마을을 만드는.
'시를 그린다'는 생각과 '내면 초상화'를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냐는 질문을 듣다보니, 아 내가 아직 성과 마을까진 아니어도 나만의 토양을 벌써 가꾸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3.
위의 질문에 대해서는, 나에겐 생각해낸 것이 아니라 당연하게 내게 다가왔다고 말씀드렸다. 시, 글, 그림, 초상화 이 모든 것들은 남이 만들어 놓은 분류인 것이고, 너무나도 러프한 분류인 것이라고, 나는 본능적으로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해왔고, 사람들의 내면을 그리기 시작하게 되었으며, 그냥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작업방식을 공식적으로 명명한 것 뿐이라고.



4.
꽃 얘기를 드렸다. 꽃이 해를 참 좋아한다고. 매일 화분을 돌려 놓는 데도, 하루만 지나면 종종종종 해의 방향을 향해 휘어 있다고. 걷지 않고 뛰기만 하면, 저런 것을 발견할 수 없다고. 걷거나 멈춰선 것이 결코 느리거나 정체된 것은 아니라고.



5.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 나눴다. 돈이란 결국 물물교환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냐고. 남에게 먼저 주면, 돈이든 무어든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산다고 말씀 드렸다.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하면, 그만큼 더 채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다. 아니, 이미, 나는 너무나도 많이 받고 있지 않던가. 매일 받는 음료수부터 꽃, 선물, 편지, 귀한 마음, 나를 자극하는 깨달음들.


6.
내면 초상화를 시작한 직접적 동기가 아닌 내재적 동기에 더 관심을 가지고 귀기울여 주셔서 감탄했다. 오늘 인터뷰가 어떻게 정리되어 나올지 궁금하다.


7.
알려주신 개인 블로그에 들어가보았는데 글 냄새가 참 좋다.
월간 예술세계 임재훈 기자님, 반가웠습니다.
http://blog.naver.com/jet_lim





www.chosunyo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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