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12/2

1.
상태가 안 좋다.
툭 건드리면 화 낼 것 같은 상황.

2.
어제는 SS언니랑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SS언니는 S언니랑 룸메이트로 지낸 지 6년차다. 둘은 방 세 개 화장실 두 개 짜리 아파트 세 군데를 전전하며 함께 살아왔다. (방 하나 화장실 하나씩 차지하고 하나는 옷방. 개인적으로 룸메와 산다면 이렇게 살고 싶다.) 둘 다 표현을 많이 하는 타입이 아닌 만큼, 딱히 말 없이도 통하는 듯한 그들을 보면 정말 서로에게 최고의 룸메이트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동시에 내게 너무나 소중한 친구들이기도 하다.)

여튼 
이제는 정말 서로 척하면 척이어서, SS언니가 상태가 안 좋은 날 짜증부리면 → S언니는 말 없이 받아주고  SS언니가 다시 기분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 S언니에게 미안하단 표현(주로 먹을 것 큭큭)을 한다고 했다. 반대로 S언니가 상태가 안 좋은 날도 마찬가지.

이 얘기를 SS언니는 "살면서 다들 상태가 안 좋은 날이 있잖아. 그 때 서로 모르는 척 받아줘. 그러면 다시 괜찮아졌을 때, 미안한 줄 알고 슬쩍 사과의 표현을 하는 거지." 이렇게 표현했는데,

"살면서 다들 상태가 안 좋은 날이 있잖아."에서 흠칫 했다.

그간
가까운 이들에게도 상태가 안 좋은 모습은 보여서는 안 된다. 는 강박관념에 살아왔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나의 면을 발견할 때마다 자학해왔고 이래서는 결국 남과는 같이 살 수 없겠구나 결론내리곤 했다. 그렇게 나를 채찍질해대곤, 가까운 이들에게 또한 완벽의 잣대를 들이대어 홀로 실망을 해댔다.

그런데 언니 말을 듣고 보니 가까워진다는 것은 그런게 아니었다. 가까워진다는 것은 서로에게 완벽하고 흠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흠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서로 보듬어주는 것이었다. ("살면서 다들 상태가 안 좋은 날이 있잖아."라는 말은 얼마나 많은 것을 시사하는가!)

뭐 나만 몰랐던 사실일 게 분명하지만, (나는 완벽주의 바보니까.) 늦게라도 깨달았으니 이제 소중한 이들과 빠진 이를 맞춰가며 살아가야겠다.

아 근데 오늘 상태 정말 안좋다. 흑
정말 나만 이런 거 아니고 다들 이런 때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