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뜨기 위하여
갑자기 수영을 처음 배우던 어린 기억이 떠오른다.
겁이 많은 데다가 고집 또한 강했던 터라
나는 내가 물에 뜰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같이 배우기 시작한 친구들은 벌써 배영을 배우고 있었는데도
나는 넉 달 째, 물에 여전히 뜨지 못하고 있었다.
재미있었던 사실은 절대 물에 뜨지 못하다가도
지도선생님이 손가락 한 개만 잡아주어도 물에 뜰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손가락 하나의 힘으로 사람을 띄울 수는 없을 터이니,
결국 나를 물에 뜨게 한 것은 나 자신이었을테지만,
시작은 그 손가락 하나에 있었다.
우리에게 가끔 필요한 것은 작은 손가락 하나와 작은 계기일테다.
그것만 있다면 다른 빈 공간은 순식간에 채워지고 만다.
겨우 물에 뜨는 방법을 배운
아직도 허우적대는 내가
온 힘 다해 누군가를 일으킬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그럴 능력도 여력도 내게는 없다.
단지 삶을 통해 건네고 싶은 것은
과거의 그 손가락 하나.
내 글과 그림이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이 될 수 있다면,
변화할 작은 계기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러한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쓰고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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