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Paula와의 저녁

0.
저번 주에 마켓에서 만난 루마니아인 Paula와 어제, 저녁을 먹게 되었다.

1.
Paula는 영화에서라면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고, 
나는 내가 나아갈 다음 방향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고민이 있다면, 이런 식으로 나 자신에게 반문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서라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영화에서라면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좋을까?

2.
Paula는 나에게 다른 나라에서 1년 이상 머물어볼 것을 권유했다. 적어도 1년은 있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며.

3.
Paula는 자신이 이 곳에서 만난 특별한 한국인들은 모두 해외에서 머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내가 그녀의 룰을 깬 첫번째 사람이었다며, 덕분에 고정관념이 없어졌다고 했다.

4. 
영어로 말할 때면 존댓말, 반말이 없어 무척 자유로운 느낌이 든다. 6살 차이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와 내가 이미 친구임을 알 수 있었다. 보통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얻어먹기란 매우 마음이 불편한 일인데, Paula가 자신이 이번 저녁은 사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5.
그녀는 내가 자꾸 나이들었다고 말하는 것을 지적하며, 여전히 젊고 어리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나는 고정관념으로부터 제법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Paula의 말을 듣고 놀랐다. 아직 갈 길이 멀구나.

6.
우리는 8시에 만나 11시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 떨었다. 
3시간 동안 시계 한 번 보지 않은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다.

7.
그녀는 나와 나의 <즉석내면초상화>에 대해서 가족에게도 전화로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유럽에 와서도 하면 좋겠다고 했다. 어서 영어로 시를 쓸 수 있을 수준이 되었으면 좋겠다. 공부해야지.

8.
Paula는 저번주에 만났던 특별한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일주일에 두 명이나 특별한 사람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나는 Paula에게 그것은 네가 끌어당긴 것이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Paula가 내게 특별함을 느꼈다고, 다시 한 번 이야기 해보고 싶다는 내용의 정성어린 긴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면, 나는 그녀를 다시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나도 Paula와 다시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9.
내 곁엔 좋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생생한 국화꽃 다발 만큼이나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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