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라 도노반의 전시를 보고
1.
타라 도노반의 전시를 보고 왔다.
연필로 그린듯한 그녀의 그림은, 다가서면 종이, 침핀, 스프링, 이쑤시개 등의 다양한 재료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시 뒷걸음 쳐 거리를 두면 이쑤시개, 스프링, 침핀, 종이는 본디의 그림으로 돌아왔다.
멀리서 본 모습과 가까이서 본 모습은 판이하게 달랐지만
둘은 모두 진짜였다.
2.
지난 주에는 흠모하던 모 작가의 강연을 갔다가 소수자에 대해 막말하는 걸 보고 실망하여 돌아왔다. 그렇지만
멋진 글로 나를 감화시켰던/ 막말을 하던 모 작가의 모습
둘은 모두 진짜다.
나도 마찬가지겠지.
악인과 선인의, 실망과 기대의 구분일랑 잠시 감추어둔 채
눈앞에 보이는 상에 집중하며
담담히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