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아픔



1.

그가 만든 영화를 보았다,

아팠다. 


처음 그를 본 순간에는 치유되도록 돕고 싶다-

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바로 고쳐먹었다.


그에게서 아픔이 사라진다면 아픈 영화 또한 나오지 않겠지.

영화 속 그는

아프고 강하게 꿈틀대고 있었고 

그게 참 고마웠다. 




2.

크레딧 올라가는 것을 보며 잠시 앉아 있었다. 


예전에는 아픔을 작업으로 표현하는 것이 두려웠다. 

자꾸만 아픈 그림을 그리고 아프다고 이야기 하면 

사람들의 마음도 나처럼 아프게 될까봐

잘 살던 사람들까지도 우울하게 만들까봐

겁이 났다. 


그렇지만

우리는 행복할 때보다 

아플 때 더 자주 혼자이고. 


그 혼자인 순간에

아프다고 외치는 다른 이들의 소리를 들으며

다시 나 혼자가 아니구나. 

위안 받을 수 있다. 


 



3.

그녀는

좀 더 기대어도 된다고 말했고

나는 

사람의 마음은 믿지마는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들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가까워지는 것은 두렵고 아픈 일이다

갓 생채기 난 껍질 없는 속살로 소통하는 것은

더더욱 아픈 일이다


부드러운 손이 건네어졌지만

나는 이래 한 발자국 물러서서 

비루한 뿌연 막으로 나를 가려본다 



www.chosunyoung.com





'n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Oh, my-  (0) 2015.05.15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0) 2015.05.13
눈 없는 모양들  (0) 2015.05.08
2015 04 28  (0) 2015.04.28
함께 뜨기 위하여  (0) 2015.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