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2017/11'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11.17 팔레비로부터
  2. 2017.11.13 타라 도노반의 전시를 보고

팔레비로부터





주말에 잘 쉬고 다시 팔레비의 갤러리에 와 있다. 오늘은 일본식 목판화를 작업할 예정이다. 팔레비는 네덜란드,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하는 원로 작가다. 그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고방식. 행동양식. 어투 등에서 많이 배우게 된다.


오늘은 팔레비의 퍼포먼스 작업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작업실 바닥에 ‘Ada + 단어’ 가 쓰인 판넬들이 가득히 있었다. ‘Ada’는 인도네시아 말로 ‘여기’라는 뜻이다. 팔레비는 며칠 뒤 있을 퍼포먼스 때 이 판넬들을 하나씩 들고 ‘여기 ㅇㅇ가 있나요?’ 하고 물을 예정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여기(Ada) '슬픔'이 있나요?”


이렇게 팔레비가 물으면 '슬픔'이 있는 사람이 


“여기요(Ada)!”


하고 손을 들고, 팔레비는 그 수를 세어 적어두는 방식이다. 판넬에는 ‘의사’, ‘눈물’, ‘창의성’, ‘정의’, ‘국수’, ‘예술가’, ‘아픔’, ‘목판화’, ‘두려움’, ‘시인’, ‘엄마’, ‘즐거움’ 등 다양한 단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팔레비가 나에게도 시험 삼아 
“여기 ‘꿈’이 있나요?” 


하며 판넬을 들었는데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며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 내 안에는 어떤 단어가 있을까?


(0228)



타라 도노반의 전시를 보고 



1.

타라 도노반의 전시를 보고 왔다.

 

연필로 그린듯한 그녀의 그림은, 다가서면 종이, 침핀, 스프링, 이쑤시개 등의 다양한 재료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시 뒷걸음 쳐 거리를 두면 이쑤시개, 스프링, 침핀, 종이는 본디의 그림으로 돌아왔다.

 

멀리서 본 모습과 가까이서 본 모습은 판이하게 달랐지만

둘은 모두 진짜였다.

 


2. 

지난 주에는 흠모하던 모 작가의 강연을 갔다가 소수자에 대해 막말하는 걸 보고 실망하여 돌아왔다. 그렇지만

멋진 글로 나를 감화시켰던/ 막말을 하던 모 작가의 모습

둘은 모두 진짜다.

 

나도 마찬가지겠지.

악인과 선인의, 실망과 기대의 구분일랑 잠시 감추어둔 채

눈앞에 보이는 상에 집중하며

담담히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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