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서툰 어제가 만드는 단단한 오늘 


1.

그림동화책 수업을 시작한 지 5년 째, 지난주에 처음으로 도중 환불자가 생겼다. 그 분은 졸업 작품에 도움을 받으려 이 수업을 들었는데 수업이 그림 기술이 아닌 포괄적인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자기가 생각했던 수업과는 다르다며 환불을 한다고 했단다.

 

(소심한) 나는 금세 의기소침해졌다. ‘내가 어떤 부분이 미흡했을까?’ 분명한 환불 이유가 있었음에도 나는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카데미 측은 이 이야기를 전하며 동시에 다음 차수 수업 일자를 잡자고 제안 해왔다. 수업에 큰 문제가 있었다면 다음 수업 제안을 할 리는 없을 터다. 그런데도 나는 아 내가 민망할까봐 일부러 다음 수업 이야기를 하는 걸 거야.’ 생각하며 계속 내 탓을 했다.

 

 

2.

수업에서 아트마켓 참여를 권하며 내가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아트마켓에 나간다면 절대 한 번만 나가진 마세요. 적어도 세 번은 나간 후에 어찌할 지 결정하세요."

 

처음 자기 작품을 판매하러 나가는 창작자는 쉽게 의기소침해진다. 첫날 판매가 잘 되지 않으면 내 작업이 좋지 않아서라고 쉽게 자신에게 원인을 돌리고 다음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판매에는 작품의 질 뿐만 아니라 매대의 위치, 마켓의 네임 벨류, 날씨, 방문객의 구성, 판매 요령, 그 날 주변에 어떤 작품이 있었는지 등 생각지 못한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이번에 잘 팔리지 않았어도 다음에 엄청 팔리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내 탓인 부분이 있고 내 탓이 아닌 부분이 있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처음 판매를 나가는 작가들은 이런 사실을 알기 어렵다. 그래서 마켓에 세 번은 나가봐야 안다.

그런데 오늘 또 내 탓을 손쉽게 한 걸 보면 역시 내공이 아직 부족한 듯 하다.

 

3.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여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오늘의 삶을 살아내야 얻을 수 있는 내일의 삶이 있다.

서툰 어제를 살아낸 내가 다시 겁 없이 오늘의 삶속으로 뛰어드는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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