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11/30



  즉석내면초상화로 알게 된 인연- Clare를 만났다.
  남양주에 사는 Clare와 중간지점인 잠실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가기 전에 조금 걱정 했었는데-(오랜만에 보는 것인데 어색하지는 않으려나. 둘이서만 보면 무슨 얘기를 하지.) 기우였다. 까페에 도착하여 전화하는데 Hello. 영어 하니, 앞서 걸어가던 외국인이 눈 동그랗게 뜨고 돌아본다. 올라가니 Clare가 2층에서 읽던 책을 덮으며, 환하게 맞아준다. 그녀의 미소를 보니 잠시나마 하였던 걱정이 사라진다.

0.
  숏사이즈 음료를 들고 그녀의 벤티사이즈 음료 앞에 앉는다.

1.
  나는 눈이 빛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것이 내가 동족을 판별하는 방법. 그녀는 눈이 빛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라섬에서의 10분남짓한 대화로도 내가 그리 즐거울 수 있었을 것이다.
  환한 웃음으로 서로를 알아본 후, 우리는 몇 마디만으로 알던 사이가 된다. 우리는 우리가 다시 만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 번의 약속이 틀어졌을 때, Clare는 괜찮다며 우리는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있다. 라고 했고, 나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했다.

2.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가르치는 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오늘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1) 어떤 일을 잘 하는가?
2)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3) 다른이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지에 답을 주는 질문들이다.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한 번 마음으로 그녀와 인사했다.

3.
  그녀는 현재 한국에서 중학교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으며, 본업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라고 했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으며, 16살 때 캐나다로 건너가 그 곳에서 대학까지 공부했다고 했다. 돈이 160만원 정도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무조건 왔다고 했다. 내년에 다시 영국 혹은 캐나다로 돌아갈 예정인데, 내가 원한다면, 그 곳에서 내면초상화를 그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할만한 장소를 알고 있다며.

4.
무언가를 바라면 정말로 온 우주가 도와주는 법이라며, 나를 부추겼다. 외국에 나가 살고 싶으면 나가 살라고, 어떻게든 될 거라며.

5.
  남자친구 얘기도 해 주었다. 한국에 오기 몇 달 전 만난 사람인데, 그 역시도 사진가라고 했다. 그녀는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는 반면 그는 극도로 연출된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만난 지 몇 달 만에 헤어져야하는 상황이었지만, 둘은 이미 서로를 연인으로 칭하고 있었고, 헤어지기 원치 않았다고 했다.
 
6.
  그래서 1년 여를 떨어져 있게 되었는데, 되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했다. 각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데(ex: money problem), 그것들은 혼자만이 해결해야하는 문제이기에, 시간을 가짐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했다.

7.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근처 홈플러스에 장보러 갔다. 와인이 저렴하기에, 하나 갖고 싶어져서 샀다.그녀는 속옷을 사면서, 한국에 thong이 없어 불편하단 이야기를 했다.

8.
  나란히 역을 향해 걷는다.
  그녀와 나의 사이즈는 마셨던 벤티사이즈와 숏사이즈의 음료만큼이나 차이가 나지만, 서로 같은 온도를 품고 있음을 안다.
  다시 방긋 웃는다.







www.chosunyoung.com













'n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15  (0) 2010.12.16
12/12  (0) 2010.12.13
11/7 일기 그 이후 - 지숭언니의 작업실 일기!!  (0) 2010.11.10
두려움  (0) 2010.11.09
살 내를 맡다.  (0) 2010.11.09